스포일러 有
17. 08. 24 (Thu)
그 여자의 삶
-영화 <내 사랑>을 보고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예매했다. 그저 제목을 보고 '사랑'에 관한 영화이겠거니 짐작했고, 포스터를 보고 에단호크가 나온다는 정도?
처음 이 포스터를 봤을 때는 영화 <노트북>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부러움을 자아내고, 바라반 봐도 풋풋하고 애틋한.
결론부터 말하면 '내 사랑' 이라는 제목을 너무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간결하고, 그냥 '내 사랑'을 말해주는 영화.
사랑을 정의할 수 있을까? 사람들 각자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있겠지만 나의 사랑과 타인의 사랑이 다르듯 세상에는 각각 다른 75억의 사랑이 있다.
영화 <내 사랑>의 주인공 모드와 에버렛은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쉽게 융화될 수 없는 조금은 '다른' 그들이다. 모드는 (당시라면 더욱 차별받았을) 관절염 환자에 에버렛은 다혈질에다 폭력성도 있다. 그들은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회에 쉽게 소속되지 못한다.
하지만 모드는 다정한 말투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고
에버렛은 아무도 받아주지 않던 관절염 환자를 고용한다.
둘의 사랑은 다른 사람들의 사랑법과 조금 다르다.
에버렛은 모드를 때리고 개·닭보다 못한 존재라고 서열매기며 폭언을 내뱉지만 모드는 그런 에버렛에게 청혼한다. 이렇게만 말하면 두 사람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지만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것. 이들의 사랑법 또한 사랑이라는 것이다.
모드는 폭력적인데다가 다정한 말 한마디 안해주는 에버렛을 사랑했다. 자신이 그림을 그리도록 내버려두고 미완성된 작품을 팔지말라고 부탁했을 때 모드의 말대로 따라주는 남자, 빚진 생선을 갚자는 모드의 말에 조용히 발걸음을 떼는 이 남자를 모드는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말한다. 여자들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아무하고나 결혼하냐는 에버렛에게,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싫어한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좋아한다고."
이런 사랑도 사랑이다.
두 사람은 결혼한다. 결혼을 해도 사람의 성격이 한순간에 바뀌는 일은 없다. 여전히 다정한 말을 해주지 않는다.
모드의 그림이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림으로 가득찬 모드의 집을 보기 위해, 모드의 작품을 사기 위해서. 급기야 닉슨 부통령까지 모드의 그림을 사고 방송에도 소개되면서 모드와 남편 에버렛은 유명인사가 된다.
에버렛은 갑작스럽게 자신과 모드를 둘러싼 이 바뀐 환경이 싫다. 자신에게 너무 과분한 아내인 것 같고 그에 반해 너무 초라해보이는 자신도 싫다. 모드가 숙모를 만나고 온다고 고집해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나가버리자 에버렛은 모드를 데리러 가지만 그만 모드에게 폭언을 해버리고 만다.
'당신을 만나고나서 내 인생이 복잡해졌어.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상처받은 모드는 친구의 집으로 떠나고 에버렛은 후회를 거듭하다 모드에게 가서 고백한다.
'당신이 없으면 살 수 없어.'
모드의 관절염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펜조차 잡기가 힘겹다. 죽음 직전까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힘을 쏟던 모드는 결국 쓰러진다. 에버렛과 이별의 시간, 에버렛은 모든게 후회가 된다. 다정한 말 한마디 못해준 것, 모드에게 모질게 군 것. 모든게 후회되는 것 투성이다.
하지만 모드는 에버렛의 진심을 알았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사랑은 말로만 표현되는게 아니니까.
모드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떠난다. 'I was loved(나는 사랑받았어)'
세상에는 수만가지의 사랑이 있다. 절대로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지긋지긋한 관절염에 집안에서도 골칫거리 취급을 받는 모드를 그 누구도 일할 수 있는 노동일원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단 한사람 에버렛만 제외하고.
누가 봐도 불행해보이는 모드의 삶이 과연 정말 불행한 삶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그들은 각자의 인생을 살았고 그들의 사랑은 영화가 되었다.
그들의 인생을 엿보면서 '이런 사랑도 있구나'를 또 한번 느낀 하루였다.
ps. 에단호크는 비포시리즈, 보이후드, 죽은시인의 사회 이후로 네번째로 만난다. 참 욕심이 많은 배우, 좋은 배우라는 걸 매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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